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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흐

음모의 도시를 떠나다 우리가 케냐 친구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염소바베큐를 해 먹고, 그러면서 그 집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던 이후, 쉐흐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길 밖으로만 나가면 경찰이 따라 와서 호텔로 다시 끌고 왔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일 떠날거냐고, 언제 떠날거냐는 말만 물어 왔다. 수현이는 혼자 밖에 산책 나갔다가 몇번이나 경찰에 붙들려 끌려 돌아왔고, 나는 어두컴컴한 방에 아파 누워 자는 동안, 30분에 한번씩, 노크도 없이 들어온 사람들때문에 깨서는, 언제 떠나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경찰서장이 우리를 찾아와 중간 도시인 베르베라까지 차를 대 줄테니 내일 아침에 떠나라고 했고, 시장이 부른다며 억지로 차에 태워 끌고 가려고도 했다. 저녁에는 불끄고 자려고 누워있는데, 주인아줌마가.. 더보기
괴로운 염소바베큐의 날 잘 아는 호텔에 다시 가서 방을 잡고, 잘 아는 찻집으로 다시 가서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잘 아는 케냐 사람 주마가 친구의 차를 타고 지나가다 우릴 불렀다. 케냐 친구 집에 잠시 놀러 가지 않겠느냐고. 주마만 믿고 따라 갔다. 그랬더니 이 나라에선 정말 구경하기 힘든 위스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더 큰 수확은 대학교수라는 그 친구 집에 컴퓨터와 노트북이 있는거다. 늘 가방에 넣어 다니던 씨디에 드디어 사진을 다 구울 수 있었다. 메모리가 다 비워진거다. 그들과 함께 위스키를 마시면서 씨디도 굽고, 차드를 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전기 나갈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다음날 염소 한마리 잡아 바베큐를 해 먹자는 약속만 남기고, 음주운전하는 친구의 차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에 .. 더보기
최고의 환전, 소말리아 실링 쉐흐에 있는 동안은, 샤워를 할 수 없었다. 양동이에 물을 퍼서, 화장실에서 씻어야 하는 환경이 불편하기도 했었고, 쌀쌀한 날씨도 샤워하기 싫게 만들었었다. 조금 따뜻한 부로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샤워부터 하고 좀 쉬다가는,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부로오에 가려고 했던 두가지 목적 중의 하나는 소말리아 실링을 손에 넣는 거였다. 저녁도 먹을 겸 해서 밖으로 나가려 했더니, 또 어떤 영어하는 사람이 도와준다. 식당에서는 음식을 배달시켜 준다고 해서, 그 사이 환전을 하러 갔다. 하루만 있다가 갈 생각이었으니, 10불만 우선 환전하기로 했다. 1달러가 14300실링인데, 이곳의 가장 큰 지폐는 100실링짜리. 10달러를 바꿨더니 1430장이 왔다. 엄청난 환전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내가 추측하기로.. 더보기
부로오로 부로오는 소말리랜드 두번째 도시다. 하지만, 좀 특이한 도시이다. 소말리랜드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데, 소말리랜드 정부에서는 손을 대기 힘든 도시인 모양이다. 이상하게, 다른 도시 사는 사람들한테도 인상이 좋지 못하고. 위험한 도시라는 인상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소말리랜드에서 유일하게 다른 화폐를 쓰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첨에 위험하단 말을 하도 들어서 포기할까도 했는데... 소말리아 실링을 아직까지도 쓴다는 말을 듣고, 그 소말리아 실링이 갖고 싶어서 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하는 것도 궁금했고. 내 오래된 지도에는 그려져 있던 부로오-하르게이사 구간의 길이, 지금은 없고, 베르베라를 통해서만 연결된다는 사실도 조금은 의아스럽긴 했다. 수도와 제2의 도시를 연결하는 길.. 더보기
쉐흐, 시장실로 불려가다 아침에 일어나니 경찰복을 입은 아줌마 한명이 벌써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어를 하나도 못하던 그 아줌마는 우리를 시장 쪽으로 데리고 갔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 말고는 특별하게 볼 것도 없는 마을이니, 시장이 좋은 구경거리이긴 했다. 사람들 사는거 보기에 시장만큼 좋은 곳도 없으니까. 다른 시골마을의 시장들과 특별하게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밝은건 좋았다. 경찰과 함께 있는 우리를 조금씩 다들 겁을 내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우릴 따라 오다가, 경찰이 막대기를 휘두르면 흩어지곤 했다. 사진을 찍고 싶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밝게 웃는 아이들을 하늘을 배경으로 찍고 싶었다. 사람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한건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