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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줌부라

르완다로 우리가 일어나야 하는 시각 한시간 전에 우리는 깼다. 누군가 삼십분이 넘도록 힘차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알고보니, 우리 숙소의 우리가 자는 방들의 대문은 밤에 잠겨 버렸다. 밤에는 잠궈 뒀다가, 새벽에 다시 열쇠로 열어 주는 거였다. 한마디로 밤에 우리는 갇혀있는 거란 말이지. 불이라도 나면, 도망도 못가고 당한다는 이야기지. 아무튼, 무슨 볼일이 있었는지, 여자 한 명이 계속해서 철대문을 두드리는 통에 깼지만, 만약 그 여자가 아니었으면, 한 시간 후에 우리가 그러고 있어야 했을거란 생각이 들더군. 그렇게 2박 3일의 부룬디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르완다로 넘어 갔다. 워낙에 작은 나라들이라, 수도에서 국경 넘어 수도로 가는데 여섯 시간 밖에 안 걸린다. 세상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작은 나라들이 훨씬.. 더보기
부룬디에서의 유일한 관광 그 담날엔, 역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냥 바로 르완다로 넘어가기로 했다. 국경에서도 비자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미리 받으면 고릴라 홀로그램을 붙여주기 때문에 귀엽다는 말을 들어서, 미리 받아둘까도 했지만, 토요일이라, 대사관이 열려 있을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 그냥 중국집에서 밥이나 먹기로 했다. 먹고 싸더라도 힘내서 싸야겠다고, 상민이도 같이 먹기로 했지만,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이제껏 아프리카에서 먹은 가장 비싸고, 가장 맛없는 중국음식이었지만, 그것이 우리가 부룬디에서 먹었던 유일한 식사였다. 몸이 안좋다며 계속 뒹굴거리는 상민이는 방에 혼자 놔두고, 바나나라도 먹으라고 사다주고는, 나는 혼자 산책을 나섰다. 부줌부라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거든. 길쭉한 호수의 건너편은 위.. 더보기
드디어 부줌부라, 부룬디로 다음날 아침, 또 여유있게 국경을 넘었다. 부룬디는 작은 나라니까, 국내에서의 이동은 짧을 거니까. 어제의 식당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간에 출국도장을 찍고, 국경까지 갔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차림으로 서 있는 곳의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지만, 여기서부터는 부룬디, 다른 나라다. 이제부터는 불어를 쓰는 사람들인거다. 봉쥬르. 국경을 넘고, 처음 들은 말이었다. 언덕 위에 있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 계단을 올라가서 입국도장을 받고, 또 합승 택시를 타야했다. 수도인 이곳, 부줌부라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지. 계속 이동에 이동, 거기다, 여기서부터 상민이의 설사가 심해져 아직도 드러누워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는 구운 옥수수를 하나 먹었지만, 상민이는 아무.. 더보기
부줌부라로의 힘든 이동, 둘째날 둘째날은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므완자까지만 가기로 했다. 아침에 눈이 떠질때까지 실컷 자고 일어나, 먼지로 떡진 머리 그대로, 먼지 투성이 청바지 그대로 입고, 또 아침밥부터 먹었다. 밥먹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 역시 kuku를 먹었지. 다른 집에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말도 안통하고, 해서 그냥 전날 먹었던 그 집 가서 같은 것을 그냥 시켜 먹었다. 맨날 똑같은 것만 먹는다. 밥 먹고는 므완자로 갔다. 두 시간 밖에 안걸리더라. 그날 이동할 수 있으면 좀 더 가 두고 싶었는데, 이놈의 아프리카에서는 이른 아침이 아니면 출발하는 차가 없더라구. 그래서 국경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이틀 후에 있단다. 이 할 일 없는 도시에서 도저히 이틀이나 있을 수는 없어, 다른 도시를 거쳐서라도 다.. 더보기
고행길의 시작 3주만에, 드디어 탄자니아를 뒤로 하고, 일곱번째 나라인 부룬디로 넘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 새 달이 바뀌어 9월이 되었고, 탄자니아 마지막 도시였던 아루샤를 떠나, 부룬디의 수도인 부줌부라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4일이 걸렸다. 믿어지나, 4일이라니. 300불, 비행기가 너무 비싼 듯하여, 육로로 오기로 했었는데, 나중에 보약값이 더 들 거 같다. 완전히 몸 버렸다. 건담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제기랄이다. 노트북 가진 아이들이랑 헤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끝을 봐야겠다 싶어,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아이들이 뻗어 자는 동안 혼자 밤 새서 다 봤다. 마지막까지 다 봤는데, 이게 끝이 안나는거다. 뒤가 궁금해지는게 싫어서 어떻게라도 다 보려고 했던 건데, 결국 끝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끝까지 복사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