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룬디

에티오피아 국경으로 가는 길 그렇게 나이로비에서 상민이를 보내고, 이 친구도 보내고, 드디어 나도 떠나 왔다. 운 좋게도 에티오피아로 간다는 일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당연히 이 친구랑 같이 말라위로 가는 줄 알고, 나한테는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더니, 이 친구한테서 내가 북쪽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자기도 간다더군. 피차 고되고 긴 이동이니 같이 가면 서로 편하겠지. 우선은 표를 사러 갔다. 호텔 직원한테 물어서 마타투 타고 찾아가서 내리니,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를 도와주겠다며 따라오는거다. 케냐에도 의외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거든. 전에도 몇번이나 먼 길을 데려다 준 사람들을 만나, 이번에도 그런줄 알았지. 이 할아버지는 자기도 잘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하지만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우리가 가려는 곳으.. 더보기
캄팔라의 한국식당 '아리랑' 결국 우간다에서도 카지노에 매일 밤 다닌거랑, 한국식당에서 밥 먹은거 말고는, 아무 한 일 없이 사흘을 보냈다. 캄팔라에서 아프리카에 온 후 처음으로 한식을 먹었다. 말라위에서도 한 번 가긴 했지만, 그건 절대 한식이라고 인정할 수 없지. 캄팔라의 한식당 '아리랑'은 조선족이 하는 식당이었다. 현지 물가에 비교하면야 아주 비싼 편이었지만, 고급스런 분위기에, 그만하면 충분히 맛있다고 할 수 있는 음식들이었다. 솥뚜껑에다가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 주는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우리 돈으로 치면 3만원이 채 못되는 돈으로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 배부르게 실컷 먹고, 보리차도 마시고, 한국 뉴스도 보고, 세시간이나 앉아서 놀다가 왔다. 아프가니스탄의 소식을 자세하게 듣고 싶었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잊혀진 일인.. 더보기
르완다로 우리가 일어나야 하는 시각 한시간 전에 우리는 깼다. 누군가 삼십분이 넘도록 힘차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알고보니, 우리 숙소의 우리가 자는 방들의 대문은 밤에 잠겨 버렸다. 밤에는 잠궈 뒀다가, 새벽에 다시 열쇠로 열어 주는 거였다. 한마디로 밤에 우리는 갇혀있는 거란 말이지. 불이라도 나면, 도망도 못가고 당한다는 이야기지. 아무튼, 무슨 볼일이 있었는지, 여자 한 명이 계속해서 철대문을 두드리는 통에 깼지만, 만약 그 여자가 아니었으면, 한 시간 후에 우리가 그러고 있어야 했을거란 생각이 들더군. 그렇게 2박 3일의 부룬디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르완다로 넘어 갔다. 워낙에 작은 나라들이라, 수도에서 국경 넘어 수도로 가는데 여섯 시간 밖에 안 걸린다. 세상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작은 나라들이 훨씬.. 더보기
부룬디에서의 유일한 관광 그 담날엔, 역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냥 바로 르완다로 넘어가기로 했다. 국경에서도 비자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미리 받으면 고릴라 홀로그램을 붙여주기 때문에 귀엽다는 말을 들어서, 미리 받아둘까도 했지만, 토요일이라, 대사관이 열려 있을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 그냥 중국집에서 밥이나 먹기로 했다. 먹고 싸더라도 힘내서 싸야겠다고, 상민이도 같이 먹기로 했지만,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이제껏 아프리카에서 먹은 가장 비싸고, 가장 맛없는 중국음식이었지만, 그것이 우리가 부룬디에서 먹었던 유일한 식사였다. 몸이 안좋다며 계속 뒹굴거리는 상민이는 방에 혼자 놔두고, 바나나라도 먹으라고 사다주고는, 나는 혼자 산책을 나섰다. 부줌부라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거든. 길쭉한 호수의 건너편은 위.. 더보기
드디어 부줌부라, 부룬디로 다음날 아침, 또 여유있게 국경을 넘었다. 부룬디는 작은 나라니까, 국내에서의 이동은 짧을 거니까. 어제의 식당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간에 출국도장을 찍고, 국경까지 갔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차림으로 서 있는 곳의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지만, 여기서부터는 부룬디, 다른 나라다. 이제부터는 불어를 쓰는 사람들인거다. 봉쥬르. 국경을 넘고, 처음 들은 말이었다. 언덕 위에 있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 계단을 올라가서 입국도장을 받고, 또 합승 택시를 타야했다. 수도인 이곳, 부줌부라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지. 계속 이동에 이동, 거기다, 여기서부터 상민이의 설사가 심해져 아직도 드러누워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는 구운 옥수수를 하나 먹었지만, 상민이는 아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