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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바르

살떨리는 물가의 나라, 브라질 브라질의 첫인상은 좋았다.국경에서 가까운 마을, 보아 비스타에 도착하기까진, 물가도 그닥 비싸다고 느끼지 못했고, 모두가 웃음띤 얼굴로 친절하다. 보아 비스타는 베네수엘라로 넘어가는 국경마을이기도 하지만, 내 원래 계획이었던 기아나 3국 중 첫 번째 나라 가이아나로 넘어가는 국경마을이기도 하다. 원래는 그 쪽으로 가려 했던건데, 이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돈이 없어서.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못가고 만다면 너무나도 억울하니까, 언젠가는 기어이 가고 말리라, 다짐을 하며 위로한다. 메데진에서 만난 사람이 그랬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내가 지금 이제 늙어가는데, 크긴 뭘 더 커요? 하고 받아쳤다. 그 사람은 중학교때부터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라 생활패턴도 사고방식도 한국사람이라고 보긴 힘.. 더보기
법과 질서가 통하는 나라로 그걸로 투어의 일정은 끝이었다. 2박3일, 카나이마에서의 시간은 지나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다시 시우다드 볼리바르로 가는 경비행기를 탔다. 이번엔 러시아 남자가 여자와 같이 앉기를 희망하여 나는 조종사 옆 조수석에 앉았다. 내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거지만, 어쨌거나 나는 만족했다. 맨 앞자리였지만,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기기판이 내 눈높이보다 위까지 이어지고 있어, 밖을 바라보려면 반쯤 일어서야했던 거다. 두려움은 거의 없었다. 경비행기도 자주 타면 익숙해지나보다. 카메라를 들고 창 밖을 찍어대고 있으려니, 조종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니 카메라 좋네, 한다. 그래서 사진 한 장 찍어줬더니 조종 중에 앞도 쳐다보지 않고 날 보며 포즈를 취한다. 그 후로도 조종사는 전방을 바라봐 주었으면.. 더보기
오랜만의 이동 오랜만의 이동은 힘들었다. 까루파노까지 택시로 두시간 반, 거기서 산펠리까지는 여섯시간이었다. 산펠리는 오리노코 강 건너편에 있는 도시라, 우리 버스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그리고 강을 건넌 산펠리에서 다시 시우다드 볼리바르까지 한시간 반. 기름값이 물값보다 더 싼 나라이니 아끼지 않고 에어콘 펑펑 틀어주던 냉동버스는 다 어디로 가고, 그날의 이동에는 전부 에어컨 딸리지 않은 고물버스만 타게 되었다. 이깟 더위쯤, 아무것도 아닌데. 이제껏 더 심한 더위와 더 힘든 이동을 견뎌 온 나인데, 그날의 이동은 참으로 힘들었다. 연휴 끝무렵이라 그런지 버스마다 사람도 많았고, 목적지인 시우다드 볼리바르에 도착한 건 밤 아홉시가 다 되어서였다. 깜깜한 밤중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는 건 되도록 피하지만, 그런다고.. 더보기
카라카스 통과 처음 말해 온 금액보다는 싸게 해결하긴 했지만, 부당한 돈을 뜯긴 우리는 화가 났다. 나쁜 새끼, 개새끼, 온갖 욕을 퍼부으며 얼른 돌아와 우리를 한참이나 기다려 준 택시에 사과하고 올라타면서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 놈이 우리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작정한 이상, 일개 여행자인 우리는 국가공무원인 그 놈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협상만이 살 길이었다. 그 놈도 한번 돈을 요구해 온 이상, 한푼도 받지 않고 물러설 리는 없었고, 그렇다고 달라는대로 다 줄 수도 없는 거였다. 싸게 해결한 거라고, 최선의 방법으로 통과해 온 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그래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마라카이보까지 가는 두 시간 동안, 숱한 검문소를 통과했고, 그 때마다 우.. 더보기
베네수엘라로, 통과의례 이제, 콜롬비아를 떠나 베네수엘라로, 남미 두 번째 나라로 넘어가는 날이다.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열한시 반이란다. 천천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빵 사러 나가는 길에 바다에 다시 한번 나가봤다. 특별할 것도,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비치였지만, 콜롬비아를 떠난다는 생각에, 아쉽고 서운해, 한 번 더 바다로 나가봤던 거다. 싼타며 눈사람이며, 밤엔 조명으로 번쩍거리던 장식물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선, 덥고 힘들어 보였다. 사흘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든 나오야와 헤어지고, 우리는 다시 셋이 되어 베네수엘라로 향했다. 나오야는 또 그 멋진 솜씨로, 우리를 버스터미널로 태워다 줄 택시를 잡아 흥정 해 주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보니, 마라카이보까지 가는 직행버스는 50달러! 아무리 국경을 넘는 버스라고는 하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