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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얄레

물시족을 만나러 징카로 에티오피아. 역시 이 나라는 소문대로다. 힘든 나라다. 나는 왜 이렇게 이 렇게 이 나라에서 겉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루 빨리, 아디스 아바바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 유명한 마을의 그 유명한 부족들을 봤지만, 전혀 아무런 감흥도 없고, 유명한 만큼, 성가신 사람들만 많아진 이 마을에 정말이지 정이 안간다. 그 고생을 하면서까지, 올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인가, 의문스럽다. 고생길, 이제까지의 고생을 한번에 비웃을 수 있는 고생길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우습기만 할 뿐이지만. 아디스 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한 중간에 있기 때문에, 아디스까지 가기 전에 남쪽에 있는 곳들엔 들렀다 가고 싶었다. 이 나라는 산도 많은 데다가, 버스도 완전 고물이라 고장도 잦고, 시간도 엄청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지도상에서.. 더보기
악몽 같던 첫날 유일한 일과였던 환전을 끝내고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며 편지를 쓸 생각이었지만, 찍어놓은 사진을 보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 귤 몇개를 사들고는 약속 장소로 갔지. 길에서 만나 집으로 갔더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나름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컴퓨터로 음악도 틀어놓고, 그들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웃겼다. 니들은 우리가 맨날 스파게티만 먹는줄 알겠지만, 아니야, 우리는 파스타를 더 자주 먹어. 우리가 보기엔 그놈이 그놈인데. 우리는 배추김치만 먹는게 아니라 깍두기도 먹어, 라고 하는 거랑 똑같은 말이 아닐까. 이탈리아 사람이 만들어 주는 오리지날 스파게티를 먹고, 사진도 찍고, 아프리카 게임도 배워서 실컷 놀다가 다음날의 이른 출발을 위해 .. 더보기
에티오피아로 같이 있는 일본 사람이 깨워서 일어나니, 트럭은 이미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수도 안하고 이도 안닦았으니 풀지도 않은 가방을 그대로 들고 다시 흙투성이의 트럭에 올랐다. 이번에는 30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니 아무리 오래 걸려도 1시간이면 될거야, 1시간만 버티면 되는거야, 하는 주문을 다시 외면서. 짧은 거리였지만, 산을 넘는 듯, 트럭은 더욱 격렬하게 흔들렸다. 결국은 더이상 앉아 있다가는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아 서서 갔다. 계속 뛰어서 갔다. 쓰러지거나 튕겨져 나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럭의 넓적한 작대기를 붙들고 안간힘을 쓰면서 내 손은 너무 작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격렬한 흔들림 속을 한시간 반 버텨냈더니, 트럭은 드디어 달리기를 멈췄다. 드디어, 국경에 도착한거다. 국경에 도착한.. 더보기
로리 안에서, 먼지와의 전쟁 에티오피아로, 아프리카 10번째 나라로, 국경을 넘었다. 아랫 입술을 뚫어 접시를 끼우는 걸로 유명한 물시족이라는 부족이 사는 마을로 가는 도중 마을에 머물러 있다. 걱정했던대로 에티오피아의 호텔들은 벌레가 많아서, 어제 국경 마을에서 머무른 하룻밤을 악몽같이 보내고,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양쪽 팔에 상처를 남겨야 했고, 오늘은 조금 더 깨끗한 호텔을 찾는다고 오긴 했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방은 어제보다 훨씬 낫지만, 화장실 사정은 어제보다 결코 나은게 없어 또다시 어제처럼 바퀴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이니만큼 어디에서 어떤 커피를 시켜도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 하루 한 잔 이상은 마셔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 가면 커피.. 더보기
에티오피아 남부 모얄레-샤샤메네 케냐에서 올 경우,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는 이른 새벽에 출발하므로, 모얄레에서 국경을 넘으면 1박을 해야 한다. 12-20브르 정도의 싼 숙소들이 길가에 좌악 널려 있다. 다만 어떤 숙소도 청결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에티오피아로 국경을 넘는 순간 벌레와의 전쟁은 각오해야 한다. Moyale-Yabelo 6시 출발 32브르 5시간 소요 버스는 도중 마을의 후미진 곳에서 경찰차를 피하느라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숨었다 가는 경우가 많다. 왠일인지 에티오피아에서는 피티병을 비롯한 모든 플라스틱 물통들이 귀한 모양으로 모든 버스들은 지붕에 노란색 플라스틱통을 잔뜩 싣고 다니는데, 그것이 불법인 모양이다. 야벨로는 아르바민치를 거치지 않고, 징카로 가는 분기점이다. 야벨로의 숙소는 다소 비싼 편이다. 3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