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마지막 밤, 산타 마르타
카르타헤나에서는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더 오래 있어봐야,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러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머무르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더 빨리 베네수엘라로 국경을 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 수요일에 출발하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행 배를 타야하는 거였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나와 동행하게 된 젊은 부부는 물론, 내게도 계획에 없던 루트였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국가 이름을 외우게 된 이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 나는, 가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정보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나라. 여길 혼자서 간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 나는 이 두 사람을 열심히 설득했다. 가자, 가자, 이런 나라 언제 갈 기회가 있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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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들어가는 고생
마지막으로 묻겠다며 버스에 탈 것인지 안탈 것인지 결정하라던 버스기사에게 노, 라고 답해주자 버스는 떠났고, 우리 차의 기사와, 어디서 나타났는지 동료 하나가 차에 타고서는 악담을 퍼부으며 고장났다던 차를 몰아, 오던 길을 다시 돌아 신나게 달렸다. 아무래도 내 여행길이 유독 힘든 건, 내 탓이 아닌가 싶다. 그냥 시키는대로 옮겨 타고 갔으면, 바가지를 쓰건, 시간이 걸리건,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난 이번에도 굳이 힘든 길을 택한 거다. 나야 내 의지로 택한 거니 어쩔 수 없지만, 또 그정도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지만, 나 때문에 덩달아 길이 힘들어진 두 사람에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냥 갈 걸 그랬나. 삼십분 넘게 달린 차는 어느 마을 정비소 앞에 멈추어 섰고, 기사는 보란 듯, 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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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뼤뇰
처음 몇일간은 스테파니와 나 외에는 여행자가 없었는데, 몇일 지나자 다른 여행자들이 왔다. 젊은 부부가 오고, 가족이 오고, 개별 여행자들이 왔다. 숙소가 더 많은 한국사람들로 넘쳐났다.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니, 좋았다. 귀찮아서 관광 다니기를 싫어하는데, 우르르 몰려갈 때, 따라갈 수 있으니. 그래서 메데진 근교의 최고 관광지, 엘 뻬뇰에 가는 데에 우리도 끼었다. 아이까지 아홉 명. 단체로 움직이니 난 그냥 따라만 가도 되어 편했다. 엘 뻬뇰은 높이 솟은 거대한 바위가 있고, 그 위로 660여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보면, 그 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호수가 아름답게 보인다는 곳이다. 개인 소유지인 그 호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싸웠다는 할아버지의 동상이 입구에 서 있고, 바위산 벽면에 억지로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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