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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브

두려움을 넘어 외로움을 넘어 두 번째 휴게소에 도착해서도 내리라고 같이 밥 먹자고 하는걸 사양했더니 버스로 돌아오면서 큰 소리로 날 부르며 차이를 갖다 주시더라. 조낸 뜨거웠다. 차이도 뜨겁고 날도 뜨겁고 게다가 나는 베일로 얼굴을 다 가린채였고. 하는 수 없이 나도 현지인 여자들처럼 베일 속으로 차이를 가져다 홀짝홀짝 마셨다. 마시니까 또 마셔지더군. 그렇게 차 한잔 다 마시고 나니까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긴 했지만. 그 후로도 몇 번인가 군인이 올라탔다가 내리고 이삼십 킬로미터마다 하나씩 검문소를 지나쳤지만 나는 태연한척 하고 있었다. 내 바로 옆에 군인이 앉아서 가기도 했지만 다행히 내게 말을 걸진 않았다. 일곱시간이면 도착한다던 사윤까지 결국 열한시간이 걸렸다. 위험한 구간은 지나간 듯 검문소도 뜸해지고 사람들도 도중의 .. 더보기
첫번째 관문 통과 버스가 출발하고 내겐 어떤 제재도 가해지지 않은채 길을 달려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걱정했던 만큼 멀미는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리라고 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만약 나를 태웠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이 버스회사는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거든. 나는 경찰에 걸리는 순간 내려서 사나아로 다시 되돌려보내질거고. 그래도 테러리스트들한테 걸려 납치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 구간이 외국인에게 금지된 이유가 그거거든. 그 길에 있는 마리브라는 도시 근처에서 몇 번이나 외국인 납치사건이 났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그 길은 외국인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는 거야. 다시 생각해도 터키아저씨들 정말 고맙다. 흔들흔들 달리던 버스는 드디어 첫 번째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다른 구간에서와는 달리 이 구간의 길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