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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카이보

카라카스 통과 처음 말해 온 금액보다는 싸게 해결하긴 했지만, 부당한 돈을 뜯긴 우리는 화가 났다. 나쁜 새끼, 개새끼, 온갖 욕을 퍼부으며 얼른 돌아와 우리를 한참이나 기다려 준 택시에 사과하고 올라타면서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 놈이 우리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작정한 이상, 일개 여행자인 우리는 국가공무원인 그 놈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협상만이 살 길이었다. 그 놈도 한번 돈을 요구해 온 이상, 한푼도 받지 않고 물러설 리는 없었고, 그렇다고 달라는대로 다 줄 수도 없는 거였다. 싸게 해결한 거라고, 최선의 방법으로 통과해 온 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그래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마라카이보까지 가는 두 시간 동안, 숱한 검문소를 통과했고, 그 때마다 우.. 더보기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그냥 통과만 한 카라카스다. 위험한 걸로 유명한 곳, 물가도 엄청 비쌌다. 마라카이보에서 밤차로 도착해서는 곧장 밤차로 다시 귀리아로 갔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가는 배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만 친 것이 아쉬워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던 지하철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국경에서 이미그레이션 오피스 직원이랑 한참 실랑이 끝에 결국 약간의 돈을 뜯긴 상태라, 경찰에게 걸리면 또 돈을 뜯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나는 몰래 셔터를 눌렀다. 카라카스의 떼르미날 데 오리엔떼. 베네수엘라의 동쪽 끝 마을, 귀리아로 가는 버스는 여기서 출발한다. 더보기
베네수엘라로, 통과의례 이제, 콜롬비아를 떠나 베네수엘라로, 남미 두 번째 나라로 넘어가는 날이다.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열한시 반이란다. 천천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빵 사러 나가는 길에 바다에 다시 한번 나가봤다. 특별할 것도,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비치였지만, 콜롬비아를 떠난다는 생각에, 아쉽고 서운해, 한 번 더 바다로 나가봤던 거다. 싼타며 눈사람이며, 밤엔 조명으로 번쩍거리던 장식물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선, 덥고 힘들어 보였다. 사흘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든 나오야와 헤어지고, 우리는 다시 셋이 되어 베네수엘라로 향했다. 나오야는 또 그 멋진 솜씨로, 우리를 버스터미널로 태워다 줄 택시를 잡아 흥정 해 주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보니, 마라카이보까지 가는 직행버스는 50달러! 아무리 국경을 넘는 버스라고는 하지.. 더보기
콜롬비아의 마지막 밤, 산타 마르타 카르타헤나에서는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더 오래 있어봐야,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러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머무르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더 빨리 베네수엘라로 국경을 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 수요일에 출발하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행 배를 타야하는 거였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나와 동행하게 된 젊은 부부는 물론, 내게도 계획에 없던 루트였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국가 이름을 외우게 된 이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 나는, 가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정보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나라. 여길 혼자서 간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 나는 이 두 사람을 열심히 설득했다. 가자, 가자, 이런 나라 언제 갈 기회가 있겠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