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로
그 다음 그날의 일과는 우간다행 버스표를 사는 것과, 내 슬리퍼를 사는 것이 다였다. 잔지바르에서, 4년간 함께한 슬리퍼를 보내고, 이제껏 운동화만 신고 다녔거든. 슬리퍼는 좋은거, 비싼거로 신어야 한다는 상민이 주장에 따라, 최고의 슬리퍼 메이커 '바타'에 가서 거금 6,000원 주고 새 슬리퍼를 샀다. 역시 바타가 좋아. 지난번 슬리퍼도 바타였는데. 4년이나 버틴거 보면 정말 질겨. 그리고, 비가 내렸다. 아프리카라는 땅은 그냥 덥기만 한 땅인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 비가 내리는 동안, 온통 인도 사람에, 인도 음식인 카페테리아에 들어가서 잠시 비를 피하고는 다시 숙소까지 갔다. 아직은 날도 밝고, 뭘 할까. 인터넷이나 해 볼까, 하고 가게에 들어가서 앉았는데, 왠걸 한글이 된다. 앉은 채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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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룬디에서의 유일한 관광
그 담날엔, 역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냥 바로 르완다로 넘어가기로 했다. 국경에서도 비자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미리 받으면 고릴라 홀로그램을 붙여주기 때문에 귀엽다는 말을 들어서, 미리 받아둘까도 했지만, 토요일이라, 대사관이 열려 있을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 그냥 중국집에서 밥이나 먹기로 했다. 먹고 싸더라도 힘내서 싸야겠다고, 상민이도 같이 먹기로 했지만,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이제껏 아프리카에서 먹은 가장 비싸고, 가장 맛없는 중국음식이었지만, 그것이 우리가 부룬디에서 먹었던 유일한 식사였다. 몸이 안좋다며 계속 뒹굴거리는 상민이는 방에 혼자 놔두고, 바나나라도 먹으라고 사다주고는, 나는 혼자 산책을 나섰다. 부줌부라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거든. 길쭉한 호수의 건너편은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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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줌부라, 부룬디로
다음날 아침, 또 여유있게 국경을 넘었다. 부룬디는 작은 나라니까, 국내에서의 이동은 짧을 거니까. 어제의 식당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간에 출국도장을 찍고, 국경까지 갔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차림으로 서 있는 곳의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지만, 여기서부터는 부룬디, 다른 나라다. 이제부터는 불어를 쓰는 사람들인거다. 봉쥬르. 국경을 넘고, 처음 들은 말이었다. 언덕 위에 있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 계단을 올라가서 입국도장을 받고, 또 합승 택시를 타야했다. 수도인 이곳, 부줌부라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지. 계속 이동에 이동, 거기다, 여기서부터 상민이의 설사가 심해져 아직도 드러누워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는 구운 옥수수를 하나 먹었지만, 상민이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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