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브존 일기 3-1 이을용선수를 만나다
사흘째, 눈을 뜨니 또 열시반이다, 제길. 내가 먼저 눈을 뜨고 내려가서 커피를 얻어왔다. 그리고 오전시간 내내 또 빈둥빈둥. 그래 뭐, 어차피 바쁠 것 없는 여행이잖아. 그게 좋아 여행을 하는 거잖아. 다섯시 반에 경기장에 가서 축구경기 보는 것 말고는 다른 계획이 없다. 내일은 꼭 수멜라 수도원에 가자, 혼자서라도 약속을 해 본다. 내일은 꼭 일어나야지. 10시에 버스 꼭 타야지. 가서, 거기서 컵라면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실컷 찍고, 책도 읽고, 오랜만에 엽서라도 써 봐야지. 주말은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대로 토요일인 오늘은 흐리다. 그렇지만 밝다. 맨날 지하에서 우중충하게 살다가 밝은 지상으로 오니, 적응이 잘 안된다. 자연광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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