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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청천벽력같은 에리트레아 대사관의 선고 돈을 복대에 잘 챙겨넣고 택시를 탔다. 에리트레아 대사관에 갔을 때, 또한번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다음주 수요일에 비자를 찾으러 오라는 거였다. 이 물가비싼 나라에서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일주일이라니, 방값만 200달러는 깨질 판이었다. 게다가 내 지부티 비자도 곧 끝날 판이었다. 육로로 가면 내 비자가 곧 끝난다고 하니, 외국인에게는 육로입국이 허용되지 않으니 비행기를 타면 되지 않느냐는 거였다. 그러면 600달러 정도가 지부티에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이 새로운 룰이라는 것은, 얼마전에 기간이 만료된 에티오피아와의 평화협정 때문인 듯했다.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외국인은 항공으로만 가라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남한과 북한 같은 관계거든. 육로로 아프리카 대륙 종단이라는 내 자그마한 .. 더보기
아디스 아바바, 한국사람을 만나다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이제까지처럼 산넘고 물건너는 길도 아니었고, 아직 깜깜할때 일어나 자리쟁탈전을 벌여야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차도 마시고, 느긋하게 출발한 버스는 포장된 도로를 달려 아디스아바바까지 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엉망진창인 다른 도로들과는 달리 잘 닦여 있던 그 길은, 우리나라 경남건설이 닦은 길이더라고.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랑은 달라. 아디스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한국전 참전용사 할아버지를 만났다. 사람이 차야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앉아 있으려니, 어떤 할아버지가 와서 일본사람이냐고 묻길래, 둘은 일본이고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아주 반가워하면서 자기가 한국전 참전했었다는거다.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는 이야기를 케냐를 떠나기 .. 더보기
로리 안에서, 먼지와의 전쟁 에티오피아로, 아프리카 10번째 나라로, 국경을 넘었다. 아랫 입술을 뚫어 접시를 끼우는 걸로 유명한 물시족이라는 부족이 사는 마을로 가는 도중 마을에 머물러 있다. 걱정했던대로 에티오피아의 호텔들은 벌레가 많아서, 어제 국경 마을에서 머무른 하룻밤을 악몽같이 보내고,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양쪽 팔에 상처를 남겨야 했고, 오늘은 조금 더 깨끗한 호텔을 찾는다고 오긴 했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방은 어제보다 훨씬 낫지만, 화장실 사정은 어제보다 결코 나은게 없어 또다시 어제처럼 바퀴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이니만큼 어디에서 어떤 커피를 시켜도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 하루 한 잔 이상은 마셔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 가면 커피.. 더보기
에티오피아 국경으로 가는 길 그렇게 나이로비에서 상민이를 보내고, 이 친구도 보내고, 드디어 나도 떠나 왔다. 운 좋게도 에티오피아로 간다는 일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당연히 이 친구랑 같이 말라위로 가는 줄 알고, 나한테는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더니, 이 친구한테서 내가 북쪽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자기도 간다더군. 피차 고되고 긴 이동이니 같이 가면 서로 편하겠지. 우선은 표를 사러 갔다. 호텔 직원한테 물어서 마타투 타고 찾아가서 내리니,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를 도와주겠다며 따라오는거다. 케냐에도 의외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거든. 전에도 몇번이나 먼 길을 데려다 준 사람들을 만나, 이번에도 그런줄 알았지. 이 할아버지는 자기도 잘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하지만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우리가 가려는 곳으.. 더보기
드디어 나이로비를 떠나다 하드코어 이동 첫날, wajir라는 곳에 와 있다. 큰 도시일줄 알았더니,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버스는 여기서부터는 없다. 내일은 트럭을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는 국경을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침에 출발하는 트럭은 없고, 저녁에 출발해서, 중간에 하루 쉬고, 다음날 또 타야한다. 드디어 나이로비를 떠나 왔다. 힘들었다. 자꾸만 하루 이틀씩 미뤄져서. 마지막에 아는 한국 사람들이 와서 또 몇일이 미뤄질 뻔 했지만, 뿌리치고 길을 나섰다. 사람들이랑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가 참 힘들긴 했지만, 같이 온 일본사람이 깨워줘서 어떻게든 버스를 탈 수는 있었다. 나이로비, 마지막으로 떠나기 힘들었던건, 몸바사부터 일주일 넘게 계속 같이 지낸 일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