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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아

까루빠노 귀리아에서 연말연시의 연휴에 발이 묶여 5일을 보내고, 버스표가 없어 직행버스는 타지 못하여 큰 도시 까루빠노로 우선 나갔다. 아저씨께서는 우리를 택시에 태워서 보내셨다. 잠시 스쳐간 마을이다. 20년간 한국땅을 밟지 못하신 아저씨의 기분을 헤아려보느라 내 머리속도 많이 복잡했던 아침, 창 밖으로 까루파노의 바다가 지나갔다. 더보기
귀리아의 저녁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동네 귀리아. 그 썰렁한 마을에 해가 진다. 내 생에, 전혀 관계 없을 줄 알았던 이런 작은 마을이 지금은 꽤나 크게 박혀 있다. 더보기
진상 귀리아의 아저씨 집에서 키우던 개다. 이름은 오씨. 이 개는 완전 진상이었다. 생긴건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하는 짓이 정말 진상이다. 정서불안처럼 온 동네를 다 뛰어다니며 헤집어 놓고, 눈앞에 닥치는 건 뭐든 물어 뜯는다. 그래서인지 늘 입 주변엔 뭔가가 잔뜩 묻어 있다. 밤이면 혼자 거실에서 소파며 인형이며 신발이며를 다 뜯어 놓다 밖으로 쫓겨난 날엔 밤새, 아침까지 짖고 낑낑거렸다. 저거저거.. 앉아 있는 폼 봐라. 더보기
신났다 신난건, 아이들과 개들 뿐이다. 더보기
고독한 닭 우리가 소풍을 갔던 그 날. 사람들이 잡았던 닭이다. 닭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발가벗겨져 두 팔을 벌린 채 양동이 안에서 죽어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