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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쿡시와 국수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로 돌아와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듯한 구멍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 동네 아이들이 끈질기게 따라 왔다. 첨엔 헬로헬로 소리만 지르더니, 나중엔 용기를 내서는 따라오며 옷도 만지고, 가방도 잡아당기고 하는거다. 한순간 홱 돌아서 뒤에 바짝 붙어 잡아당기던 녀석들 둘의 머리를 재빠르게 때렸다. 이런 건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 때에 헛손질이라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더 기고만장해서 웃고 약을 올리게 되거든. 실수없이 한대씩 쥐어박아 줬더니, 한놈은 멀리 도망가고, 한놈은 완전 울상이 되어 서 있더군. 그리고 아이들은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심하게 까부는 아이들을 혼내주는 건 에티오피아 이후로 습관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해뜨는 걸 보러 가고 싶었지만, 혼.. 더보기
벤츠 타고 오쉬로 드디어 나는, 세상의 지붕, 파미르에 섰다. 죽지 않고 살아, 파미르고원 속의 마을 무르갑에 있다. 똥 누다가 졸도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차이 마시며 앉아 있다. 물론 비쉬켁을 떠나 오쉬를 거쳐 이곳 무르갑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난 3박일간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쉬켁에서 이틀간 쉬며 체력을 회복한 후, 나는 저녁에 출발한다는 오쉬행 버스를 타러 갔다. 오쉬행 버스가 출발한다는 오쉬바자르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탈 것 복은 참으로 없는 편이다. 좌석이 없어 웃돈 주고 기차표를 사지 않나, 버스를 못찾아 늘 비싼 택시를 타지 않나, 가는 길마다 펑크, 고장. 이번에도 버스를 못찾아, 그 대신 소형 트럭을 탔다. 앞에 두 줄만 좌석이.. 더보기
사람을 만나다 cholpon ata라는 곳에 왔다. 내 이번 키르기스탄행의 두가지 목표중에 하나다. 하나는 타직 비자와 파미르고원 퍼미션을 받는 거였고, 또 하나는 Issyk-kul 호수에 가는 거였다. 그래, 첫번째 목표는 비쉬켁에서 달성했고, 두번째 목표를위해, 이곳 촐판아타라는 마을에 온 거다. Issyk-kul 호에 오려고 했던 건, 가이드북에서 본 사진 때문이었다. 파란 호수 앞으로는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호수 뒤로는 흰 눈을 인 산맥이 넘실넘실 이어지는, 하얀 눈산을 배경으로 한, 호수를 보고 싶어 여기까지 온거다. 그리고, 그 호수를 본 내 감상은, 멋있지만 역시 호수는 반디아미르 만한게 없다는 거다. 반디아미르 이후의 어떤 호수도, 내게 그만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젠 어떤 호수에도 기대하지 않는다... 더보기
쿡시 고려인들이 퍼뜨려 놓은 음식 쿡시. 우리나라의 국수랑은 많이 다른 음식이었다. 쿡시를 팔던 식당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 주몽 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는 우즈벡에서 대인기였다. 2009/01/18 더보기
고려인들이 파는 김치 지금 한국의 김치와는 약간 맛이 다를지 몰라도, 정말 싸고 맛있었다. 그들은 꾸일륙 바자르에서 김치를 팔고, 나는 그들이 파는 김치를 사 먹지만 우리는 얼굴도 같고, 조상도 같다. 끝까지 한국땅에서 버텨주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카메라들고 사진찍어가며 김치 사먹을 수 있는 입장에 있을 수 있는 거다. 여긴 고춧가루 등의 향료를 파는 곳이다. 2009/01/1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