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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돼지고기

2015, 쿠바가 나를 울리다

11박12일, 쿠바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다시 멕시코 칸쿤으로 돌아왔다.


2009년 이후로 거의 매년 쿠바를 다녀왔고,

갈 때마다 줄어든 올드카의 비율이나,

늘어난 사치하는 사람들,

도둑이나 사기꾼이 늘어나는 등,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올해는 어느때보다 크게 바뀐 모습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나라 곳곳이 보수나 재건축 등으로 공사중이었고,

길거리 곳곳에 암달러상이 외국인만 보면 따라 왔고,

출국세 25CUC가 없어졌다는 것도 큰 변화였다.

하지만 이번에 가장 놀란 건 스마트폰.

불과 1년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미국과 화해한지 꼭 1년이 지난 지금은

스마트폰을 갖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한 해는 환전소 직원이 100달러를 떼먹으려 하고,

한 해는 팀원 중 누군가가 사기를 당하고,

한 해는 동네 양아치와 싸움이 붙기도 했는데,

올해는, 환전소 직원이 돈을 떼먹으려 하고,

미국달러 환전을 강요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사기를 당하고, 나는 칼만 안 든 강도한테 스마트폰을 뺏겼다.


뺏기지 않으려고 몸싸움 끝에 결국 핸드폰은 뺏기고

땅바닥에서 뒹구는 바람에 작은 상처들도 생겼다.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쉬고,

쿠바가 변했어, 너무 갑자기, 너무 많이 변했어,

생각하다보니 울컥, 눈물이 났다.


지금의 쿠바는, 그래도 아직은,

쿠바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내년의 쿠바는, 그렇지 않을까봐,

나는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아직은,

나는 쿠바가 좋고, 쿠바 사람들이 좋다.

내년에도 그럴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