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를 지나,
이슬라무헤레스를 지나,
쿠바, 아바나로 갔다.
아바나에서 이틀을 보내고,
산티아고 데 쿠바로, 비행기를 탔다.
거기서 다시 이틀이 지났고,
야간버스를 타고 트리니다드로 이동하던 날,
야간버스를 타기 전, 남는 시간을 이용해 관광.
조금은 한적한 거리를, 지도어플을 봐 가며
손에 핸드폰을 들고 걸어가던 중,
스물이 채 안되어 보이던 어떤 놈에게 핸드폰을 빼앗겼다.
뺏기지 않으려고 저항을 했지만,
몸싸움 끝에 결국 뺏기고 말았다.
석달 넘게 지난 지금도 생각할수록 분하지만,
핸드폰만 뺏기고 끝난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칼 안 든 강도놈과 몸싸움 끝에
핸드폰이 사라지고 남은 건, 이 핸드폰 장식 뿐이다.
발등에선 피가 나고, 목덜미는 목이 들었고,
이것만 남았다.
미국과 화해하고 1년.
그 1년이 쿠바를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1년 전에는 2G폰을 가진 사람조차 드물었지만
1년 후에는 모두가 스마트폰이다.
1년 전에는 와이파이란 4성급이상 호텔에나 가야 쓸 수 있는 비싼 것이었지만,
1년 후에는 길거리 곳곳에 와이파이존이 있어 젊은이들이 쭈그리고 앉아 사용하고 있다.
그 놈도 스마트폰이 갖고 싶었겠지.
지금 가장 갖고 싶은게, 남들도 다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었겠지.
나는 스마트폰을 뺏기고,
수많은 서류와 자료들을 잃고,
메리다 이후 찍은 사진들을 모두 잃어버렸고,
지도 없이 길을 걸어야 하는 바보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