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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라비아에서 보낸 편지

오만으로 살랄라로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사실 난 한가지 더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샤한이라고
도착했는데 거기가 내가 말한 샤한이 아니면 어떡하나 하는 거였다. 아랍어 지명은
워낙에 발음도 어려워 내 발음을 잘 못 들은 사람들이 날 엉뚱한 곳으로 가는 버스에
태운 건 아닌가 하는. 오만과의 국경 샤한이라고 나는 분명히 말했지만 그들이 이해를
했는가 어쩐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럼 비행기라는 마지막 수단을 쓰는 수 밖에 없지 뭐 하고 나는 맘 편하게 먹고 푸욱
잤다. 사실 육로로 가는 것보다 비행기로 가는게 훨씬 싸기도 하다. 오만의 숙소비가
워낙에 비싸니까.


하지만 나는 무사히 바로 그 샤한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택시를 타고
국경으로 갔다. 예멘측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서 출국도장을 찍고 예멘 국경을 완전히
떠나 완충지대를 지나고 오만측 국경에 도착하기까지 택시가 가 주었다. 도저히
걸어서는 넘을 수 없는 국경이었다.

오만측 국경에 도착하자 거기서부터는 오만의 군인이 택시의 역할을 대신 해 주었다.
나를 태우고 입국관리소까지 가서는 도장을 받기까지 기다려주고 살랄라행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오만이라는 나라에 무비자로 입국을 할 수 있다. 세계에서 딱 8 개의
나라만 무비자 협정이 맺어졌다는데 왠일인지 한국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여행자가 워낙에 없어서 그런지 육로로 입국을 하려면 항상 비자피를 내란
말을 듣는 모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잘 찾아보라고 나 북한 아니고 남한이라고
우리는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사람이라고.

그냥 딱 보기에도 귀한집안 사람인 듯 깨끗한 티 하나 묻지 않은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이것저것 뒤져보고 전화해보고 하더니 니가 맞다며 도장을 찍어줬다. 이런 더운
나라에서 저렇게 때하나 타지 않은 흰 옷을 깨끗하게 입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높은
사람일거다.


살랄라까지의 버스는 아침에만 있단다. 그래서 3리알이면 가는 살랄라까지 5리알 내면
사람이 다 차지 않아도 바로 출발하겠단다. 얼만지 몰라도 3리알 5리알 하니까 아주
싸게 느껴지지. 하지만 1오만 리알은 우리돈 4000원 정도 된다. 5리알이면 2만원인거지.
두시간 반 달리는 거리에 비하면 아주 비싼 거다. 달러를 환전했을 때 100달러 주면
40리알이 채 안되는 금액이 돌아오니까 아주 환전할 맛 안나는 나라다.

 

03/04/2009 02:0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