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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라비아에서 보낸 편지

아! 아라비아해

이집트 바흐레이아의 흑사막처럼 생긴 황야를 양옆에 두고 미니버스는 계속 달렸다.
솔직한 감상으로 이집트보다 훨 나았다. 그 사막 속으로 걸어서 들어갈 수 없다는 게
달랐지만. 사실 그 땡볕에 걸어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살랄라는 더웠다. 뭐 지금 있는 무스캇도 아주 덥고 예멘도 만만찮게 더웠지만.
예멘에서 깜장 드레스 산 이후로 항상 외출시에 깜장드레스를 입고 다니니까 더 덥다.


살랄라에서 가장 싼 호텔은 13리알. 아침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손바닥만한 방에 5만2천원을 내야하는 거다. 이제껏 내가 묵은 숙소 중에서 가장 비싼
숙소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비싼 만큼 좋기도 좋았다. 깨끗하고 에어콘도 빵빵하게
나오고 텔레비전도 큰 걸로 달려 있고 침대도 아주 좋더군. 그래도 난 지저분하더라도
좀 더 싼 호텔 쓰고 싶었다.


오만에서 첫 번째로 마주치는 거리인 살랄라는 깨끗했다. 예멘이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훨씬 넓고 집들이나 달리는 차들도 고급스런 티가 났다. 그리고 또 특이한 것은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거의 다 아랍인이 아니라 인도인 파키스탄인이라는 거. 멀리들 돈을
벌러 나온거지. 그만큼 오만은 돈이 많은 나라란 이야기다.

그렇게 눈에 많이 띄는 아시아인들이 거의 다 일하러 온 사람들이다 보니 오만이란
나라에서는 아시아인들을 아주 우습게 본다더군.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게 백인이고
담이 자기들 아랍인 그 다음이 흑인이고 가장 아래에 아시아인을 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길에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고 오만 사람들이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편했다. 아랍어보다 영어나 우르두어가 더 잘 통했으니까.


살랄라 자체에는 그닥 구경할 거리가 없었다. 차를 타고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있다고는
하지만 그까지 나갈 생각도 기력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다만 보기로 했다.
살랄라에서 보는 아라비아해. 나 참 바다 좋아한다. 가는 곳마다 보는 바다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좋다.


남쪽으로 직선거리 1킬로미터 정도에 있는 게 바다였지만 찾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검은 옷을 입고 걸으니 짧은 길도 길게만 느껴지고
바다까지의 길은 지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구불구불 몇 번을 꺾고 또 꺾어야만
했거든.

몇 번이나 그만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저기까지만 가 보자 하고 한시간
가까이 걸었다. 한블럭만 더 가면 되는데 포기한거라면 약오르잖아. 그렇게 저기까지만
저기까지만 하고 걸어가다 어느 순간 내 앞에 바다가 펼쳐지는데... 꿈같더군. 바다는 왜
다들 예쁜걸까. 하얀 모래사장 뒤로 초록의 짙은 바다. 세찬 파도소리만 들어도 난 맘이
편해진다.

 

03/08/2009 02:01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