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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라비아에서 보낸 편지

아름다운 사막

무스캇. 오만의 수도다. 정말 힘들고 길게만 느껴질 줄 알았던 아라비아 반도의 여행이
무사히 지나가고 아직 완전 끝난 건 아니지만 잘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두바이로 갈거다. 드디어 비행기 타는 날이 되었거든.


보통 다른 여행자들이 택하는 사윤-살랄라 혹은 무칼라-살랄라의 버스를 타지 않고
나는 국경까지의 버스를 탔다. 자주 있지도 않은 버스는 풀이었고 비행기 날짜 때문에
다음버스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거든. 그리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 무칼라까지
가기는 정말이지 귀찮았고 무엇보다 버스회사 직원의 태도가 너무나도 거만하고 기분나빠서

그 회사 버스는 타고 싶지 않더라고.

그래서 나는 국경마을인 샤한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샤한까지 가는 버스를 찾아내지
못했더라면 하는 수 없이 무칼라까지 갔겠지만. 이 버스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던지.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도 정말일까 반신반의했다.

매일 아침 세시반에 출발하니 아무 때나 세시에 오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사실 많이
불안했었다. 짐을 다 싸놓고 새벽 두시까지 영화 보며 버티다가 새벽에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세시가 다 되어가는데 버스회사 사무실은 닫힌 채이고 껄렁해 보이는 녀석이 말을
걸어올 뿐이다. 무시해주고 불안한 맘을 달래며 기다렸더니 회사 직원이 왔다. 버스비를
내고 버스에 올라타자 정각에 버스는 출발했다.


검문소에서 퍼미션이 혹시나 문제가 될까봐 사윤으로 갈 때처럼 그냥 현지인처럼 다
뒤집어쓰고 자버렸다. 어차피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거니까 안경도 벗고 맨
앞자리에 앉아 그냥 푹 자버린거지. 그러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깼다.

해가 뜨는 시각이었다. 우리 버스는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온 듯 길 양 옆으로는 사막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길가에 있던 조그마한 모스크에 기도를 하러 내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안경도 벗어 희미한 눈에 붉은 사막을 보았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사막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는 거였다.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과 추운데 뭘 내려 하는 귀찮음이 싸웠지만 결국
귀차니즘의 승리였다. 그리고 괜히 그런 데에서 내려서 사진 찍느라 남들 눈에 띄는 짓을
하는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거든. 그래서 나는 그 아름답던 사막을 내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말았다. 그래서 그 사막은 더 아름다웠나보다.

 

03/04/2009 02:02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