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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아프리카에서 보낸 편지

수단 국경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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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국경은 짜증났다. 수단에서는 입국 후 사흘 안에 외국인 거주등록을 하게 되어 있는데, 무조건
지금 당장 하란다. 131 수단파운드. 그것 때문에 좋지 않을 게 뻔한 환율로 국경에서 환전을 해야
했고, 국경 환율로 65.5달러를 거주 등록비로 내야했다.

카르툼에서 하면 85파운드 정도인데 여기는 왜 더 비싸냐고, 카르툼 가서 할거라고 했더니, 지금
돈 내든가, 아니면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든가 하란다. 하는 수 없이 돈을 내고,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영수증은 내 서류에 다 붙여놓는다고 했다. 그런 복사라도 해 달라고 했다. 받아서 보니
가격이 안적혀 있다. 그래서 가격 적고, 싸인도 하라고 했다. 너 이름 뭐야, 했더니, 이미그레이션
오피서다! 하더라.

다 챙겨넣고, 나 이번이 수단으로 첨 가는 거고, 이건 수단에 대한 첫인상이야, 카르툼 가서 그대로
다 이야기 하겠어, 라고 쏘아 붙이고 나왔다. 돌아서서 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니 맘대로 해라,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이미그레이션을 지나고 커스텀도 지나고, 써큐리티 오피스에서 지장까지 찍은 후에야 국경 넘는
일이 끝났다.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국경 다 넘고나니, 돈 필요없다던 녀석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안그래도 국경 넘는게 복잡해서, 돈을 좀 주긴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음료수
마실래? 했더니 자기는 음료수 말고 찻이 필요하단다. 화가 나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했다.

국경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하던 멀쩡하게 젊은 놈이, 내가 소리 지르니 찍소리 못하던 착한
놈이, 정부 소속 가이드라는 둥 거짓말이나 하고, 찻값 구하려 그러고 돌아다닌다니. 너 왜 이러고
사느냐고, 야단 쳤지만, 그 사람 잘못은 아니겠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할일이 없으니
찻이나 씹게 되는 그 놈의 나라 에티오피아가 빌어먹을 나라인거지.


수단에 대해서, 거의 모든 여행자들의 평은 이렇다. 수단, 음, 사람은 정말 좋아. 뭐 특별히 볼 건
없지만, 사람에 지치진 않는다는 말이지.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올 가치가 있다. 특히나 이
아프리카에서는 말이야. 어디가나 볼 거 없기는 마찬가지고. 국경에서 써큐리티 오피서가
에티오피아가 예쁘더냐고 묻길래, 예쁘긴 한데, 사람들이... 하고 답했더니 웃더라.

모두가 말하듯, 수단 사람들은 좋다고, 나도 아직까지는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슬람교도들이고,
사기도 안치고, 물론 몇몇, 돈에 관련된 일들은 빼고 말이지. 한시간 밖에 안걸린다고,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고 세시간여만에 도착한 게다레프행 미니버스가 15파운드였는데, 호텔이 있는 타운까지
데려다 주겠다더니 10파운드를 내라던 버스 주인이나, 엉뚱한 호텔로 데리고 갔다가는 내가 말한
호텔로 다시 가 놓고는 돈을 더 내라던 릭샤꾼.

물론 그런 것들에 당할 내가 아니었고, 그 사람들도 근본은 착한 사람들이라, 정색하고 한번
이야기하니 포기하고 잘 가라며 그냥 가더군. 그렇게 수단에서의 첫밤이 왔는데, 힘들었다.
수단에선 호텔 찾기가 너무 힘들다. 수단에 있는 호텔들은 거의 대부분 현지인용 도미토리룸
뿐이고, 현지인 아저씨들 틈에 끼어서 자지 않으려면 그 방에 있는 침대 숫자만큼 돈을 다 내야
독방을 쓸 수 있는거다.

몇군데 호텔을 전전한 후에야, 가장 싼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침대 하나에 5파운드이니 20파운드
내고 방 쓰란다. 아저씨, 보다시피 내가 지금 무쟈게 피곤하고 아프거든요. 게다가 하루종일 굶어서,
10분만 더 서 있으면 아마도 죽을 거예요. 나를 죽이겠어요, 아님 깎아주시겠어요. 혼자서 네사람
분을 어떻게 다 내느냐고 죽는 소릴 했더니, very special price로 15파운드만 내란다.

하루종일 굶었으니,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샌드위치 하나 사다 먹고, 뒤집어쓴 먼지며, 땀 범벅이 된
얼굴이며 다 무시하고 그대로 뻗어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또 새벽에 일어나 포트수단행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야하는데 길거리에 릭샤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지도도 없고, 대충
아무 방향으로나 제법 한참을 걸어가는데 뒤쪽에서 버스가 한 대 오는게 보였다. 한 사람이 내렸다.
시내버스인가 싶어 세웠다.

손짓발짓 영어 아랍어 섞어 가며 버스터미널 간다 하니, 타란다. 알고보니 그 버스도 다른 도시로
가는 시외버스인 모양이었다.고맙게도 나를 태워주신거지. 것봐, 좋은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