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 아라비아에서 보낸 편지

무스캇

그걸로 살랄라의 관광은 끝이었다. 살랄라에서 하룻밤을 잔 나는 다음날 무스캇으로
가는 야간버스를 탔다. 누군들 경치구경하며 낮버스 타고싶지 않았겠냐마는... 숙소비가
워낙에 비싸니 그렇게라도 하루를 절약하는 수 밖에.


나는 버스에서 계속 잤다. 기사 아저씨가 쥬스를 사주고 휴게소에 서면 옆자리 앉은
사람이 우유를 사다주고 다른 사람이 샌드위치를 사다주고 했다. 그런 와중에 나는 계속
잤다. 왜 다들 이렇게 내게 친절한 걸까 의아해하면서.


동이 틀 무렵 버스는 무스캇의 루위라는 지역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우리
숙소가 있는 동네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아침까지 사주고 갔다. 전화번호도 주고. 물론
다시 전화를 할 일은 없었지만.


결국 무스캇에서는 사흘을 묵었다. 그 살인적인 물가의 오만에서 나는 5일이나 머무른
거다. 마지막 하루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샤루자라는 곳으로 갈까도 생각을 했는데
귀찮아서. 또 거기까지 찾아가서 호텔 찾아가고 짐 풀었다 다시 싸고 두바이로 가서
공항가려니 그게 귀찮아서 그냥 무스캇에서 바로 두바이로 가는 길을 택한 거다.


그 사흘간 나는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 비싼 방값을 내고 사흘을 머무는
거니 다시 올 일 없을 이 나라에서 관광을 하긴 해야겠는데 밖은 무쟈게 덥고 그닥
볼거리도 없고.. 그래서 그냥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 스타일로 갔다.


봐두고 싶던 것은 술탄 카브스라는 모스크 하나. 그리고 가이드북에는 장황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만 그닥 기대는 되지 않던 시장. 그 외의 무스캇에 많은 요새들 몇 개나 봐
두고 바다 구경이나 해야지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다가 아니라 항구.


관광은 아침과 저녁에만 했다. 당연한 거다. 이런 나라에서 대낮에 돌아다니다간
일사병으로 쓰러질거야. 도착한 날엔 그냥 쉬어주고 다음날 아침에 모스크로 갔다.
그 모스크는 루위라는 지구에 있었고 우습게도 어제 내가 버스에서 내려 봤던 그
모스크였다.


오만에서 제일 큰 모스크이고 아주 멋지다라는 말만 듣고 있었는데 그닥 크지도 그닥
멋있지도 않아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내부구경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약간의 기대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웬걸 기도시간 외에 모스크는
개방하지 않았고 무슬림처럼 뒤집어 쓰고 갔더니 기도시간에 오면 문 열어준다는 거다.

그렇게라도 봐야지 싶어 기다리고 기다려 기도시간 되어 갔더니 내겐 여자 기도실만
열어준다. 당연한 거지만. 그래서 결국 멋지다는 술탄 카브스 모스크의 내부는 못봤다는
말이다.

 

03/08/2009 08:1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