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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루앙프라방 탁발행렬

루앙프라방 둘째날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스님들의 탁발행렬을 보러 나갔다.

탁발이 시작되는 시각은 새벽 5시반.
행여나 늦어질까, 다섯시에 나섰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보시할 밥을 파는 사람들이다.
외국인이건 이교도건 탁발에는 참가할 수 있고,
그들이 준비하지 못한 밥을 파는 거다.

이 사람들에 뜨악했다.
탁발도 상업화되어버린 건가.
참가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우선 오늘은 분위기만 보기로 했다.

정확히 다섯시 반이 되자 스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명한 색의 승복을 입은 스님들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보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스님 한 무리만 지나가면 없어질
작은 밥통 하나씩을 들고
셀카를 찍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그 중에서도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가장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
또 한번 부끄러워졌다.
성수기에는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자리도 없다 했다.
그래서 상인들이 밥을 팔면서 자리를 만들어 준단다.
돗자리가 깔려있고 목욕의자 같은 것이 놓여 있어
밥을 산 사람에게 자리를 제공한다.

이제 이나라 스님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는 밥 먹고 사는구나,
성수기엔 더 배부르고,
비수기엔 모자라겠구나,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꼭 그런건 아니었다.
상인들이 깔아놓은 자리 외의 바닥에
현지인들이 큰 밥통을 들고 와서 앉았다.
정성껏 준비한 따뜻한 밥을,
스님들 모두에게 보시하고도 남을만큼
넉넉하게 준비해서
무릎끓고 공손하게, 혹은 일어서서
지나가는 스님 한사람 한사람에게
조금씩 떼어 넣어 주었다.

이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이 군대에 가듯
남자들은 1주일에서 3개월,
승려로서의 의무체험 기간이 있단다.
승려들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내자식을 먹이는 심정이 더해진 걸까.

탁발행렬이 끝나고,
자연스레 모닝마켓으로 갔다.
채소, 개구리, 물고기, 과일,
그들이 필요한 것은 다 있고
그 어느때보다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민물에서도 이렇게 큰 물고기가 잡힌다.
비늘을 긁어내는 게 아니라
칼로 잘라내고 있다.

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개구리 사진을 찍었다.
개구리들은 지푸라기로 뒷다리가 꿰어져 있다.

모닝마켓 구경 후,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루앙프라방 시내 산책을 나섰다.
올드타운에서 연결된 나무다리다.
외국인들은 저 다리를 건널 일이 없으니
여전히 나무다리로 남아 있겠지.
어서 빨리 시멘트 다리가 놓아져
차도 오토바이도 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건
그들, 현지인들을 위한 마음,
운치있는, 허술한 나무다리로 남아주었으면 하는건
이기적인 여행자의 마음이다.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에는 사원이 많다.
옛 수도라서 그럴까.
여기는 왓 킬리.
오래된 사원에, 프랑스 식민시절 건물이 더해졌다.
뒤쪽에 보이는 2층 건물이 유럽스타일로 지어진
수도원으로 쓰이는 건물.

본당 벽면의 모자이크와 부조가 유명한 사원이다.
색유리로 만들어진 생명의 나무와
부처님의 수행을 본딴 수행자의 모습을 표현한 부조.

Wat sibounheuang.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왓 시분헤왕? 왓 시분허왕?
그런 이름이다.
장례사원이다.

이 배는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일반인들이 썼을 것 같지는 않은 배다.

마지막 국왕의 시신이 옮겨진 장례어가.

라오스는 지금 우기다.
하지만 비가 그친 하늘은 이렇게 예쁘다.
화려한 절의 지붕과 어울려 더욱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