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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PEOPLES on the ROAD)

나의.. 좌청룡우백호

 

그들은 야즈드의 실크로드 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자리를 펴 놓고 자고 있었다.
나는 같은 여행자의 입장으로 인사를 했더니..
그들은 나를 에스파한에서, 그리고 페르세폴리스에서 봤단다.

다시 아프간으로 넘어가려던 계획을 세우고 있던 나는
반디아미르를 보러 간다던 그들과 함께 국경을 넘을 계획을 세웠고,
우리는 마슈하드에서 다시 만나 함께 헤랏으로,
비행기를 타고 카불로, 또 국경 넘어 페샤와르로 길깃으로..
뜻하지 않게 한달 가까이 같이 하게 되었고,
그.. 신혼여행까지도 함께 따라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싱가폴의 엘리트들이다.
하나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중이고
또 하나는 스코틀랜드에서 shipbuilding을 공부중이다.

중국계 싱가폴인인 그들은 중국계 언어와 얼굴을 갖고 있어
나는 그들의 영어실력이 나와 비슷한 줄로만 알고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전혀 아니었다.
아무렴..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의 엘리트들인데..

그들의 스물 대여섯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순진함을 잃지 않고 있어 주위사람들의 농담에 얼굴을 붉히곤 했으며
십년이 넘는 친구관계임에도 쌈박질 한번 않고
언제나 사이좋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장난치곤 해서
저 둘이 정말로 그냥 친구사이일까 의심스러웠던 적도 있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좌청룡우백호가 되어버린 그들..
내가 빌어먹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몇 안되는 친구들이 되어버렸다.

 

08/08/2004 04:0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