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진은 없다.
세계 최고의 축제라는 리오의 쌈바 축제.
나는 피해가고 싶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리오를 떠나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올해는 축제가 좀 빨랐던 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축제 구경하러 밖으로 나갔지만,
나는 호텔에 콕 쳐박혀서 밥도 호텔 식당에서 먹으며 꼼짝하지 않았다.
우유니를 지나, 여행이 후반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확실히 뭔가 한풀 꺾여,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부터는 날도 더워 더욱 게을렀다.
어쩜 사진이 한장도 없다니.
리오를 마지막으로 내 일정은 끝났다.
다른 팀원들은 상파울로에서의 일정이 하루 더 남아 있었지만,
나는 리오에서 국제선을 타고 떠났다.
페루와 볼리비아, 미루고 미루다 5년만에야 갈 수 있었다.
큰 숙제를 해치운 기분으로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미루지 않고, 진작에 왔더라면,
혹시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지도 나도, 5년이라는 시간동안 변했을테니까.
또 한 팀 끝나고, 다음 팀을 준비한다.
또다른 길 위에 설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