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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티

시간 잘 간다. 지부티에서 차사고가 난 후, 다시 에티오피아를 거쳐 수단의 카르툼까지 갔을 때, 나는, 카이로까지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무서운가보다. 사람의 정신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들다니. 카르툼에서 카이로까지의 4박5일간의 이동이 지겹고, 두렵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나는, 카이로까지의 길을 서둘렀다. 하루라도 더 길에서 보내는 날을 줄이고 싶었다. 허겁지겁, 불안했던 맘과는 달리, 그냥저냥 순조롭게 카이로에 도착했고, 그때부터 나는, 카이로에 쳐박혔다.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책 읽고, 잠도 실컷 자고, 수다도 떨고.. 계획대로 잘 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하고 있다. 노는동안 사진이라도 몇장 올려보려 했더니 그게 뜻대로 .. 더보기
돌아가야 한다 지부티에서, 이 물가비싼 지부티에서 일주일을 기다렸지만, 결국 에리트레아 대사관이 내린 대답은 노였다. 지난 금요일부터 이번 주말까지를 합한 열흘간 오늘은 에리트레아 대사관이 유일하게 일을 하는 날이고, 내가 봤을 땐, 그들은 내 여권을 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귀찮으니까 안된다고 했던 것 같다. 비자를 꼭 받고 싶으면 1주일만 더 기다리라는 거지. 오늘 열고나면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여니까 그때 업무를 좀 봐서, 수요일에는 주겠다... 미쳤느냐고, 이 나라에서 어떻게 열흘을 더 버티느냐고. 그러면 지부티 비자도 끝나고, 애써 힘들게 받아놓은 수단비자도 끝나게 되는데. 처음 갔을 땐, 생글생글 웃으며 잘 보이려 했던 대사한테 오늘은 오만상 구기고, 니들 이따위니까 외국인들이 전부 에티오피아로 가.. 더보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남들은 하루나 이틀만에 떠나는 저주받은 물가의 도시, 일본 아이들도 와서, 세상에서 가장 물가비싼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여기다! 라며 울부짖고 가는 나라 지부티에서 나는 왠일인지 오늘이 5일째, 열흘은 족히 머물고 가게 될 것 같다. 정말이지.. 다른 여행자들이 들으면 내가 돈이 썩어나는줄 알았을거다. 내일.. 아니면 모레 아침에 비자는 받을거다. 그런데 왜 열흘씩이나 이나라에 있을 것 같은가. 한가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Lac Assal. 락 아쌀. 소금호수다. 탄자니아에서 만났던 병구총각이 다녀왔더며 정말 좋더라고, 진짜 신기하더라고, 지구가 아닌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지부티에 오기 서너달 전부터 지부티에 오면 다른 건 몰라도 여긴 꼭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곳이다. 사해 다음으.. 더보기
지부티 힘들게 힘들게, 어려운 길을 걸어 지부티에 도착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길에서 버스가 퍼지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기차가 퍼진건 처음이다.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기차는 멈추어 섰고 312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를 꼬박 50시간만에 올 수 있었다. 화물차의 맨 끝에 딸린 탑승칸에서 대모 아줌마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줌마들과 같이 기차 바닥에 뒹굴며 잤다. 기차가 많이 흔들리면 아줌마들은 기도를 했다. 비스밀라히라흐마니라힘. 나도 같이 기도했다. 비스밀라히라흐마니라힘. 아무 일 없이 지부티에 도착할 수 있기를.. 그렇게 어렵게 하필 기차는 밤 늦게 도착을 했고, 어두운 길을 걸어걸어 찾아간 호텔은 만원. 다시 길을 걸어 다른 호텔을 찾아 들어오니 10시반. 에티오피아라면 2천원이나 3천원 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