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라다푸라
아누라다푸라에서는 그래도 좋은 호텔에 묵었다. 신경이 잔뜩 곤두서서는 도착했는데, 검문을 하더라.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어차피 하는 척만하는 수준이면서, 가방 속의 물건들을 하나씩 죄다 꺼내는 통에 짜증이 이빠이 나서 역 앞으로 나오는데, 이번엔 릭샤꾼들. 날은 덥고, 아침부터 쌓이고 쌓여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꾹 참고, 배낭메고, 다 무시하고 걸었다. 정부운영의 비싸보이는 호텔이 있길래, 밑져야 본전, 콜라나 마시고 쉬었다 가지 뭐 하며 들어가 봤다. 역시 비싼 곳이었지만, 리셉션 직원이 아주 친절했다. 호텔이 너무 비어 있어 그랬는지, 굴러 들어온 동양 여자를 다른 호텔에 뺏기고 싶지 않았던건지, 이런저런 궁리 끝에, 화장실이 안딸린 트윈룸을 도미토리라는 이름으로 침대 하나만 계산하는 식으로 해서 ..
더보기
콜롬보에서의 첫날
그 나라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그 나라 전체의 이미지와 같다는 내 주의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공항에서 콜롬보 시내로 나가는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오늘 축일이라 버스가 없으니 택시 타고 가라고, 택시 직원이 알려 준다. 필요 없다고, 돈 없다고 했더니,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2000루피 밖에 안해, 비싸? 이지랄. 2000루피면 2만원이다. 스리랑카에서의 이틀치 내 생활비지. 그게 대다수 이 나라 국민들한테 얼마나 큰 돈인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아주 쉽게 써주길 바라며 '밖에' 라고 말하는 싸가지가 싫은 거다. 330원이면 가는 걸, 왜 2만원을 내고 가느냐고.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의 픽업서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봉고차가 와서는 타란다. 어디 가냐고, 콜롬보 간다고 했더니..
더보기
초록빛 빛나는 섬, 스리랑카로
세상에 적응되지 않는 일이 있을까. 아끼던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도 경험이라, 몇번 겪고 나니, 이미 없어진 것,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포기도 빨라진다. 여전히 속상하고, 화나고 잃어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속상해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렇게 사는건가 보다. 계속 차고 다니던 발찌가 사라졌다. 어느 순간 보니 없더라.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여행이 즐거워지기 시작한 날, 기념으로 바가지 옴팡 써주며 산건데, 이번에 다시 여행을 나오면서부터 계속 차고 있었는데, 발찌가 늘어난건지, 발에 살이 빠진건지, 자꾸만 벗겨지는게 좀 불안하긴 했다.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이었어,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다시 인도가서 더 예쁜거 사면 되지 뭐, 하며. 또다시 시작되었다. 정보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