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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돼지고기

4일로 끝낸 이집트 관광


아스완의 아부심벨은 그야말로 바가지 관광에 개판이었지만
룩소르에서는 대체로 무리없이 관광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마친 것 같습니다.
만도를 만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압니다. 만도도 이집션이고,
모든 이집션들은 약간의 거짓말과 약간의 사기가 필수라는 것.
하지만, 이집트와 이집션에 지친 나같은 사람에게는
차라리 만도한테 아주 조금 바가지 쓰면서 다니는 것이
(만도는 늘 '바가지 아니에요'라고 말하지만)
바가지 안쓸라고 정신 바짝 차리고
쌈닭처럼 이놈 저놈 쑤셔가면서 싸우고 다니는 것보다 편합니다.
(나도 상형문자 목걸이 만들었습니다! 우리식구들꺼 다 만들었습니다)

첨부터 모든 이집션들이 개싸가지 일거라는 가정하에 다녀서인지
오히려 유적지 이외의 곳에서 만난 이집션들은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이란 것들보다는 낫다, 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내가 집션이들을 상대하는 기술을 터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션이들이 나한테 혀를 내두릅디다.
말끝마다 돈 내놓으라고 손 내미는 집션이들보다
내가 먼저 손 내밀어 돈 내놓으라고 외쳤습니다.
손 내미는 집션이들은 웃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웃고나면 돈달라고 못하잖아요.

4일간 이집트 관광을 마치면서
집션이들도 사람이다,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두가 피도 눈물도, 거기다 싸가지까지 없는 것들은 아닌 것입니다.
비록 라마단도 잘 지키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낮시간에 괴로워하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맘껏 먹고 마시고 피우고 하더군요.
작년 파키스탄의 라마단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지요)

오늘은요.. 잠시 캐나다로 어학연수 갑니다. 흑흑...
테헤란에서 한번 만났던 캐나다인 그레이던을 다합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래, 내 니 봤다. 니도 내 봤재, 어쩌고 하다보니
그레이던은 카이로의 무슨 미국계 학교에서 수학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는군요.
카이로에 오면 재워준다고 했는데.. 계속 피하다가 이제서야 갑니다.
영어가 웬숩니다. 내일 바로 나와야겠습니다... ㅠ.ㅜ

그레이던이 내 발냄새에 기절안할랑가 모르겠습니다.

200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