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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아프리카에서 보낸 편지

적도를 통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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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팔라에 내려, 책에 나와 있는 숙소 찾아 걷기 시작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걸을만한 수준의 비가 아니었다.
소나기인 듯하여, 처마 밑에서 잠시 기다려 봤다. 도무지 그칠 기세가 아니었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들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빗속을 걷기를 10분여, 드디어 우리는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비 때문에
다른 곳에 가 보고 어쩌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에, 그냥 도미토리로 들어갔는데,
제대로 고른 듯, 일본어 정보노트까지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숙소인 모양이었다.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이 세 나라가 아니면 ATM을 쓸 수가 없다는 정보를
듣고 있어서, 카드 밖에 안들고온 상민이가 돈을 뽑기로 했지만, 빗속을
30분이나 헤매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상민이는 결국 돈 뽑기를 실패하고 돌아 왔다.

우선 밥은 먹어야겠고, 근처에는 환전소도 안보이고, 고민하는데, 친절한 리셉션
아가씨가 돈을 빌려 줬다. 물론 10불짜리를 담보로 맡기긴 했지만.
현지인한테 돈을 꾸어서 밥을 먹다니. 그렇게 다니는 곳이 아프리카다.
처음 겪은 사람이 좋아서 그랬는지, 우간다는 사람 좋은 곳으로 기억된다.

그러고나서 비가 그쳤길래, 또 슬슬 밖으로 나가봤다. 역시 카지노 찾아 나선거지.
우간다에 카지노가 있을까 없을까 온갖 추측이 난무했는데, 가이드북의 지도에
kampala casino라는 것이 적혀 있더구만. 가낭 큰 곳이니 책에까지 나와 있는 거겠지,
싶어, 그 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 근처까지 우리는 또 오토바이 택시를 탔다. VodaVoda라고 부르는 오토바이 택시는
캄팔라에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우간다, 라고 하면 왠지 아주 못살고,
찌그러진 마을을 상상하게 되지만, 나도 몰랐다. 캄팔라가 이렇게나 큰 도시인줄을.

고층건물이 늘어서고, 도로마다 차들이 꽉 들어차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렇게 꽉 막힌 차들 사이를 여유롭게 비집고 나가는 것이 VodaVoda였다.
그래서 한 오토바이 뒤에 상민이랑 둘이 타고, 우간다를 떠날 때까지
카지노와 한국 식당을 전전했다.

여기선 봉고차 같은 미니버스를 택시라 부르고, 우리 개념의 택시는 special hire라고
하더군. 하지만 우리에게는 VodaVoda가 최고였다. 헬멧도 안쓰고, 그냥 동네
양아치 같이 생긴 운전수들과 흥정해서 캄팔라 시내를 누비고 다녔지.
우리나라에선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커다른 새들이,
공원의 나무 위에도, 건물 위에도 앉아 있는 캄팔라 시내를.

그닥 멀지 않은, 어지간하면 흥정하는게 귀찮아서라도 그냥 걸어다녔을 거리를,
툭하면 VodaVoda를 탄 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우간다에선 도착하는 날부터
마지막 떠날 때까지 흐리고 비가 내렸다. 길바닥이 질척질척하고 온통 진흙탕이니
발과 바지를 버리기 싫어서라도 VodaVoda를 타게 되었지.

Kigali에서 Kampala로 오면서 우리는 적도를 지나온 셈인데, 적도 근처인 Kampala는
추웠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단순했다.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워지니까,
적도는 완전히 타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 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불쌍하다고 생각했었거든. 적도는 무조건 더운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적도를 통과하면서 나는 두꺼운 겨울 잠바를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