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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여행기

[몽골]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의 나 (7)

오후에는 둘째오빠의 집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그날은 분주했다.
정말이지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했다.
누런 털이 제멋대로 엉켜있는 양떼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또다시 사막을 달려 언니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 전, 나는 사막에서 두가지 기념품을 챙겨왔다.
하나는 말의 꼬리털이었고, (말의 뒤로 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다란 갈색 꼬리털을 몇가닥 잘라 주었다)
또 한가지는 사막의 모래였다. (이건 일본으로 돌아가서
'어쩜 내가 쉬했던게 섞였을지도 몰라' 하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몽고 사막의 모래)
맞다. 돈으로는 못사는 것들이다.
모래가 꽤나 무거워 돌아가는데 엄청 고생을 했다.

물이 귀한 사막이라 제대로 씻지 못해서 그런지
구름 한점 없고, 나무 한그루 없는 곳이라 햇볕에 그을려서 그런지
완전히 새까맣게 된 나를, 친구는 공중 샤워장으로 데려갔다.
공중목욕탕이 아니라 공중샤워장이었다.

한칸에 두명씩 들어갈 수 있게 돼 있고
바닥의 패달을 밟으면 샤워꼭지에서 미지근한 물이 나왔다.
오랜만에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당연히 몽고에 들어서고 처음으로 하는 샤워였다.

샤워장의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한국사람이란 말을 듣고는
한국사람은 평생에 처음 본다며 뚫어지게 바라보셨다.
내가 이 마을에 들어선 유일한 한국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다 나처럼 못생긴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그 샤워장을 떠날때까지 그 아주머니는
평생 언제 다시 한국인을 만날지 모르니까 실컷 봐두겠다며
계속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만져보고 하셨다.

사람들이 계속 나를 신기하게 여기고 쳐다보고 하는걸
미안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사과를 하길래
니가 우리동네에 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똑같을 거라고 해주었다.
다만 한가지, 내가 한국인으로서 혹여 나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걱정스럽고, 조심스러울 뿐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언니께서 빨래감은 내놓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당장 빨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친구는 화를 냈다. 여기 사람들은 무엇이든 주고싶어 한다고.
언니가 해줄 수 있는게 빨래 정도인데 니가 그걸 거부하면
언니는 서운해 할거라고. 너는 그냥 고맙게 받아들이면 되는거라고.
그래서 결국, 그날까지 입던 겉옷과 속옷까지 다 맡겨버렸다.

둘째오빠의 집까지 가는 길은 좀 더 멀었다.
가다가 차가 서기만 하면 다들 기다렸다는 듯 차에서 내려
풀밭으로 달려가고, 이 친구가 어딜갔나 생각하고 있으면
저기 풀숲에서 벌떡 일어서는 친구를 발견하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나는 마음대로 용무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ㅠ.ㅜ

낙타떼다, 너 낙타떼는 첨보지? 한국에도 낙타 있냐?
그러면서 차를 세워주고는 나도 급한데 자기만 가서 볼일보고..
나는 내려서 낙타떼 사진을 찍고, 볼일도 못보고 다시 차에 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차가 흔들릴때마다 괴롭고
괴로우니 잠도 안오고... 악몽이었다.

좀 가다 보면 양떼가 길을 가로막는다.
빵빵.. 아무리 클랙션을 울려도 좀처럼 잘 비켜주질 않는다.
양떼들과 실랑이를 끝내고 다시 달려가다보면 이번엔 소떼다.
길위에 퍼질러 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그렇게 그렇게 가는가 싶더니, 결국 차가 말썽을 일으켰다.
앞으로 한시간쯤 남은 거리에서 고장이 나버린거다.

그래서 차라리 좋았다.
둘째오빠의 집은 초원 속이 아니라 도회지 쪽이었으므로
나로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차가 멈춘 곳에서 초원이나 실컷 보며, 바위에 걸터앉아
풀을 뜯어 손장난을 하고 몽고의 순박한 총각(운전수)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