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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돼지고기

때가 되었다


파키스탄에, 이슬라마바드에 참 오래 머물렀다.
1월초에 와서 중간에 아프간에 다녀오고
또 얼마전에 훈자에도 다녀왔지만,
결국 넉달동안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본래 여행자의 신분으로 돌아가
다시 길로 가려한다.
여행자는 길 위에 있어야하는 것이다.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
세계에서 가장 예쁘다는 반디아미르의 호수를 보고,
옛날돈 1000아프가니짜리에 그려져 있었다는
마자리샤리프의 모스크도 보고,
그 다음에는 이란으로 넘어 간다.

어째, 내가 가려는 지역마다
한국인 여행금지구역, 내지는 여행위험지역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어서
안그래도 무거운 발걸음 더 무겁게 만든다.
그래도 뭐..

길었던만큼, 떠나려니
지금 밖에 퍼붓고 있는 비만큼이나
맘이 산란하다. (이게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인가?)

내가 배낭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이집 주인장이
"지랄허네, 가라 가, 누가 너 못가게 잡을까봐?"
하면서 괜히 심술부리시기 때문에
몰래 주무시는동안 가방을 싸다가 들켰다... --;
내가 곧 떠날거라는걸 알고 계셨는지
오늘은 암말도 안하시고 다시 자러 가셨다.

떠날땐 조용히, 깔끔하게..
이젠 떠나야겠다.

그렇다니깐.. 여행하면서 가장 힘든건 정 떼는거라니깐..

2004/04/30